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이사회+포럼, 그리고 문화단체 인사들과 미팅 본문
오전 10시부터 이사회가 열려 마침내 현안이었던 재단혁신안을 통과시켰다. 물론 몇 가지 단서가 붙긴 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대표이사는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할 때 맥주를 주문한 후 서너 잔을 연거푸 마셨다. 아마도 혁신안의 통과와 자신의 거취가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정부로부터 재단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 좀 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으나 최근에 접하는 그의 행보를 볼 때 나의 그러한 바람은 이루어지기가 난망해 보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 박혜경 이사의 유네스코 사무실에서 공 모 교수와 차를 마시다가 문화포럼 예술창작분과 모임에 참석했다. 오늘은 도시재생과정에서 확인된 빈집들을 예술가의 활동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용현동에 있는 ‘빈집은행’을 방문했다. 대표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현재 그곳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은 우리가 생각했던 예술과 공간의 매칭이라는 포럼의 고민과는 다소 결이 달라보였다. 그들은 그곳을 거점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새로운 사업 또한 구상하고 있지만 그것은 예술가의 작업 공간 확보나 레지던스 사업을 염두에 둔 사업들이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공공적 성격의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들로서 자신들의 주거 공간 확보는 물론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 쪽에 훨씬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소통 장소이자 집단 놀이터라고나 할까. 포럼에서는 예술가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작업 공간 확보 가능성을 현장 확인을 통해 타산해 보려고 했던 것인데,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드로가 포럼의 지향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아무튼 ‘3포 시대’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고민을 나누고 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 모습은 무척 대견해 보였다.
6시 30, 신포동 명진일식에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다시 신포동으로 돌아왔다. 약속 시간까지 다소 여유가 있어서 약속 장소 근처 목욕탕에 들러 목욕을 했다. 사실은 한숨 자고 싶었지만 오래된 목욕탕이라서 그런지 수면실이 따로 없었다. 사우나에서 땀만 빼고나와 약속 장소로 나갔다. 예총, 문화원연합회, 재단 관계자들과 인천일보 기자가 나와 있었다. 나중에 영림목재 이 모 회장도 합석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해결한 희한한 날이었다. 그리고 다소 많은 술을 마셨다. 귀가하면서 생각해 보니 괜스레 불필요한 말(대체로 뾰쪽한 말들이었을 것이다)을 많이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에이, 될 대로 되라지. 뭐. 문계봉 까칠한 게 하루이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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