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체체파리에 물린 것처럼 본문
어제 6시 반에 일어나 아침운동 다녀온 후 곧바로 신포동 행. 10시 이사회를 시작으로 회의와 현장방문 등 12시간에 걸친 강행군과 음주 때문인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라면 두 개를 끓여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1시쯤 일어나서 요플레를 꺼내먹고 다시 잠을 잤다. 깨어 보니 5시가 넘어 있었다. 후배 병균이와 정세훈 선배를 비롯한 많은 지인들의 전화와 문자가 숱하게 들어와 있었다. 어제 이사회를 하면서 전화기를 묵음으로 해놓았는데 깜빡 잊고 하루 종일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거실로 나가자 어머니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어디 아프냐고 물어오셨다. 밤새 일을 하느라고 잠을 못자 그렇다고 둘러대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정말 병든 짐승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양진채 작가의 신간 소설집 <검은 설탕의 시간>이 택배로 오지 않았으면 아마 7시쯤 일어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검은 설탕의 시간’이 ‘짐승의 시간’을 끝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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