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농담조(弄談調) 가을예찬 본문
공부를 너무 많이 했다. 일찍이 선현들은 학문의 깊이와 갈래가 너무 깊고 방대해 망양지탄(亡羊之歎)을 하며 인생의 유한함을 슬퍼했다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공부란 잠시의 성취감을 제외하면 고작 과시와 쟁투와 비난과 침소봉대의 도구가 되었을 뿐, 생명을 살리고 공의를 넓히며 세상을 밝게 하는 것에는 하등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자괴가 든다.
허나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아 그것들만 하며 살기에도 삶은 너무 숨 가쁘다. 하여 이제부터라도 책을 덮고 하고 싶은 것만 실컷 하며 살아 볼 생각이다. 간혹 서책을 머리맡에 두게 되더라도 그것은 베개로 삼거나 숙면을 위한 방편일 뿐 공부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말하기 좋아하는 '방앗간 참새'들은 이 또한 나의 공부가 짧아 이렇듯 허무하고 맹랑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 여길 것이 분명하나 그렇다고 내가 서책에 집중하며 애틋한 남은 생을 '탕진하며' 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삶 속에서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소통하고 함께 분노하고 부딪치고 깨지며 환하게 울고 슬프게 웃으며 가슴을 치는 것 또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면 굳이 '그 공부'마저 마다하진 않을 것이다.
술 마시고 여행하고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가끔 텔레비전 보며 킬킬거리는 것도 공부라 할 수 있다면 '그 공부'마저 멀리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책을 덮고 거리로 술집으로 들로 산으로 나갈 일이다. 가을 아닌가. 그것이 계절에 대한 예의다. 그간의 공부가 그나마 알게 해준 기특한 지식이다. 하늘빛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공기는 어찌 이리 투명한 것인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아트플랫폼 개관10주년 기념행사 (0) | 2019.09.27 |
---|---|
드디어 8세대 노트북으로 업그레이드! (0) | 2019.09.26 |
문화포럼과 이사 간담회 (0) | 2019.09.24 |
가계부를 쓰다가 (0) | 2019.09.23 |
인천작가회의 제5회 작가와의 대화 (0) | 2019.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