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해령아, 만월아, 너희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본문
비와 꼬리잡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께 오늘 하루 교회를 쉬라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세수하고 방 정리를 하고 나니 비가 그쳤다. 어머니는 기어코 먼저 집을 나섰고 나도 장우산을 챙겨들고 뒤를 따랐다.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예배를 보고 나왔을 때 폭우가 내렸다. 큰 우산은 폭우 아래서 의젓했다. 나와 어머니를 넉넉히 품어주었다. 어머니와 나는 우산 아래서 오히려 안온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좋았다. 어머니는 내 쪽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서며 팔짱을 끼었다. 느린 어머니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나는 천천히 걸었다. 맹렬하게 내리던 비는 어머니와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쳤다. 우린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요즘 두 개의 드라마에 푹 빠졌다.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과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전자는 퓨전 사극이고, 후자는 판타지다. 특히 구해령 역을 맡은 신세경과 <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아이유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아이유는 가수로서도 훌륭하지만 연기도 참 잘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일단 잘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두 배우의 내공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 드라마의 대본이 참 마음에 든다. 어쩜 그렇게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세련되고 문학적인지. 재밌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더욱 마음이 간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나도 시나리오를 써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조구 형에게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워볼까. 아무튼 구해령(신세경 분)과 장만월(아이유 분) 때문에 수목과 토일이 즐겁다. 해령이는 왈가닥이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여장부 스타일이고 장만월은 애절한 전사를 숨긴 채 천 년 동안 센 척하며 지상에서 살고 있는 귀신인데, 사랑에 관해서는 해령이가 한 수 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만월이는 자신이 지상의 인간과 사랑을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애초부터 수세적인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령아, 만월아! 이 아저씨는 두 사람의 사랑 모두를 응원한다.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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