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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우기의 민낯 본문

일상

우기의 민낯

달빛사랑 2019. 7. 26. 21:00

하루 종일 비 왔다. 시원하게 내렸다. 외출 욕망이 꿈틀거렸으나 참았다. 참았다기보다는 참아졌다. 번거로웠다. 귀찮았다. 번거로움과 귀찮음이 술판에 대한 욕망을 이기다니 신기했다. 한편으론 서글펐다. 늙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제 즉흥적인 격동에 몸을 맡기질 않는다. 재고 판단해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저 스스로 그렇게 한다. 존재는 늘 의식을 규정한다.

 

날은 덥고 흐리고 비 내리고 습해서 불쾌하기 그지없다. 에어컨을 켰을 때만 잠시 시원하다. 경험에 의하면 나는 흐린 날보다 더운 날 컨디션이 안 좋다. 흐린 날은 마음이 평온해지고 몸도 오히려 가볍다. 더운 날은 몸도 맘도 까라진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분도 안 좋다. 비 오는 봄가을도 좋고 눈 내리는 겨울도 좋다. 여름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이 내 시간이다.

 

오늘은 그나마 비라도 내렸다. 시원하게 내렸다. 비 내려 몸이 시원해진 게 아니라 시원시원한 기세로 내렸다는 말이다. 그리 내렸으니 약간 시원해졌겠지만, 나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으므로 시원하게의 의미를 까칠하게 구별한다. 얼음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비가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수는 없다. 장맛비야 자만하지 말거라. 오히려 빨래 널기 불편하고 벽이나 천정에 곰팡이 필까 걱정된다. 다만 술 마시다 만나는 빗줄기는 반갑다.

 

작업 진도는 안 나가고 괜스레 영화만 두어 편 봤다.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 영화만 골라서 봤다. 복잡한 게 두렵다. 요즘 너무 생경스런 부고를 자주 받는다. 어제 그제 받은 두 명의 시인은 스스로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들이 택한 죽음의 방식, 그 비현실적 충격과 비극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일말의 반성 없이 천연덕스럽게 굴러가고 있다. 남은 자들 중 몇몇만이 그들의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시가 영원하리라며 그들의 죽음을 조상하는 동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진부한 말로 그들의 슬픔을 스스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중이다. 영원한 게 어디 있다고,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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