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청천벽력 본문
냉장고 설치기사들이 다녀갔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아래서 이곳저곳을 줄자로 재보더니 내가 주문한 821리터 용량의 냉장고는 2층 계단의 가스배관과 철제 난간을 통과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결국 사이즈가 작은 냉장고를 다시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사이즈를 줄이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렇다면 다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직접 매장에 나가서 문의를 했는데, 모든 매장 직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가 ‘인천 지역 배송이 정체되어 있어 근 시일 안에 물건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었다. 심한 경우 열흘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결국 집으로 돌아와 다시 물건을 주문했다. 이번에는 냉장고와 냉동고가 분리된(냉장고와 냉동고를 별 개의 제품으로 팔기도 하는) 제품을 선택했다. 들어올 때 어려웠던 것은 나중에 이사갈 때도 문제를 일으킬 게 뻔하다. 가격은 좀 더 비쌌지만 디자인도 예쁘고, 편의성도 있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주문했다. 일단 이동과 설치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고려해서 냉장고와 냉동고를 따로 따로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점이다.
기대했던 모든 설치 일정을 포기하고 담담하게 기다리기로 결심을 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며칠이 될 지 모르는, 냉장고 없는 나날을 견디기 위한 나름의 계획을 짠 후 시장을 다녀왔다. 어머니도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시는 것 같았다. 안 될 일은 안 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애 태우고 짜증 낸다고 안 될 일이 될 리는 만무하다. 모든 일이 그럴 것이다. 잊고 있다가 기쁜 일이 생기면 기쁨이 두 배일 거라며 스스로 위안하며 냉장고 사태를 일단락 짓기로 결심했다. 여름은 참으로 다채로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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