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제주여행 다섯째 날ㅣ서귀포자연휴양림ㅣ금악오름 본문
오전에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엄마는 언제나 내 편. "내 걱정 하지 말고 즐겁게 놀다 오렴." 예상했던 말이지만 가슴이 뭉쿨했다. 그리고 근처 휴양림을 방문했다. 숲은 언제든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생명들을 엄마처럼 품어준다. 그리고 숲은 공시적으로 조용한 듯하지만 미시적으로는 무척이나 분주하다. 작은 벌레에서부터 덩치 큰 새들, 그리고 광합성하는 우람한 나무들까지 정중동의 생활사가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무척 잘 꾸며진 테마파크 같았다. 차를 타고도 통과할 수 있도록 차량산책길을 따로 만들어 성미 급한 방문객들의 기호에도 부합했다. 나는 숲속탐방길 2시간 코스를 선택하고 걸었다. 숲속을 걸으며 혁재와 근직이는 (근직이의 기획 아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조용한 숲속에 혁재가 연주하는 우쿨렐레 소리가 맑은 새소리처럼 퍼져나갔다. 듣기 좋았다.
그리고 1100고지 전망대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혁재는 저녁식사와 술안주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잠시 부족한 수면을 취했다. 잠이 무척 달았다. 그 사이 근직이는 저녁노을과 일몰을 보기 위해 금악오름을 오른 후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환상적이었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인천에서의 시간보다 왜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건지..... 영택이 집 뒷뜰에서 보았던 보름달이 어느덧 눈에 띄게 줄어 하현달이 되었다. 내일은 블루베리 농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늘은 늦도록 술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내 앞에서는 혁재의 노래와 근직이가 선곡한 음악들이 탁자 위의 온갖 술처럼 몸과 마음속으로 대책없이 흘러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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