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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그들의 맹신, 맹종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문

일상

그들의 맹신, 맹종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달빛사랑 2018. 4. 18. 17:32

하루 종일 인천발전연구원 생활사구술녹취록과 다인아트 출판사에서 의뢰한 장편소설 교정을 보느라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교정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다가 시력까지 약해져서 오후가 되었을 때는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거리가 들어온다는 것만은 분명 고마운 일이라서 일이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 생활사 자료집에 실릴 구술녹취 대상자들은 도원동 철공 장인들이었다. 모두들 30년 이상 외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의 구술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교정의 급부로 들어오는 사례비와 별도로 인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는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번 내가 직접 참여했던 구술 작업에서 만난 사람들은 숭의동 목공 장인들이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만 한 가지, 이들의 이야기를 더듬다 보면 노년 세대의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뿌리 깊은 맹종, 맹신의 감정을 만나게 되는데, 한국전쟁 전후 출생자들인 이들에게 있어 박정희는 단순한 정치지도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듯했다. 그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은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의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 또한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태극기집회에 나가서 현 정부를 비난하고 성조기를 휘날리는 그들의 행동을 그저 감정적인 차원에서 힐난하고 꼰대 같은 늙은이들의 광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맹신의 뿌리가 상당히 깊다. 좀 더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어버이연합 등등의 노인네들과 젊은이들 혹은 양심적인 촛불세력들 간의 간극은 결코 좁힐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 사회의 양분화는 구체적인 현실이 되어 있다. 지역과 계층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 파렴치하고 이기적인 정치인들 때문에 빚어진 현실이겠지만 분명 진보진영에서도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할 때다. 그들도 거리로 뛰쳐나올 때는 뭔가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역지사지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내가 철저한 반골이라는 걸 잘 아는 어머니조차 박근혜를 연민하는 소리를 서너 차례 들었다. 진실보다는 감정을 기반으로 사태를 보기 때문일 텐데, 그것조차 사실 그 연령대의 일반적인 특성들이다. 그걸 아는, 그래서 뭔가 변화를 주체적으로 모색할 능력과 마음의 자세가 갖춰진 젊은 세대 쪽에서 더 많은 이해와 포용을 위해 애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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