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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 오는 광복절에 문득 본문

일상

비 오는 광복절에 문득

달빛사랑 2017. 8. 15. 21:30

비는 내리다 말다 한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그치지 않고 시종일관 내렸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어둠이 찾아오고도 한참을 더 내리다 밤이 늦어서야 비로소 잦아들었다. 담장의 포도넝쿨과 정원의 감나무 그리고 화단의 돼지감자 넓은 잎들 위에서 빗물에 반사된 불빛들이 어지럽게 산란(散亂)했다. 비에 씻긴 잎들은 만지면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이 반짝였다. 회의 시간을 착각해 오전에 잠깐 사무실에 나왔다가 점심때쯤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비는 마치 내가 거리로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집과 사무실을 나설 때마다 더욱 맹렬했다. 옥상 위에서는 고추와 호박, 오이 등속들이 가을을 재촉하는 빗물을 마시며 포만의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렇게 빗물 속에서 여름은 가고 있다.

 

오늘은 광복42주년 되는 날.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이전의 정권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자신에 찬 언명들로 가득 찼다. 정치세력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논평을 발표하며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견강부회를 시도했지만 크게 울림은 없었다. 자칭 보수우파들을 대변한다고 강변하는 퇴행적인 일군의 정치세력들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이승만 정권이 수립된 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케케묵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들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결같이 일제에 부역한 매국노들이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은 무척이나 씁쓸한 일이다. 독립운동의 후예들은 대대로 극빈을 면치 못하는 대한민국, 오히려 매국노의 자제들은 호의호식하며 권력을 독식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제대로 된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 현대사는 이렇듯 여전히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 암울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으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멋대로 국정을 농단한 정치세력들을 권력으로부터 끌어내린 것은 한국현대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통쾌하고 값진 거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촛불의 정신으로 이제라도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국민을 호도하는 반동적 정치세력들을 일소하는 것이 국민의 과제이자 의무일 것이다. 여전히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반민주 기득권세력들은 다양한 형태로 시효 지난 목숨을 연명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도도한 민중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싸워서 획득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쉽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42주년을 맞은 광복절, 식민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수많은 애국영령들과 해방 이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해 간 수많은 민족민주열사들의 숭고한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조용히 묵상을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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