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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포천의료원을 찾다 본문

일상

포천의료원을 찾다

달빛사랑 2017. 4. 26. 23:30

늦은 밤, 창길, 미경과 함께 오혁재의 형 빈소가 있는 포천의료원장례식장을 찾았다. 도착했을 때 후배 병균이 이미 와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접빈실은 특실이라서 상당히 넓었다. 한쪽에서는 고향 지인들로 보이는 일군의 사람들이 화투를 하고 있었고 또 한 편에서는 젊은 축들로 보이는 문상객들이 의식적으로 조심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투패들은 매우 시끄러웠고 금연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접빈실에서 서슴없이 담배들을 피워댔다. 서로가 다들 잘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흡연을 하는 그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혁재는 검은 상복을 입고 팔뚝에 상주완장을 차고 있었다.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몹시 피곤해 보였다. 창졸간(倉卒間)에 당한 죽음이라서 그런지 형수로 보이는 여자는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리보다 조금 늦게 떠난 인천의 후배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다른 형이 돌아가신 상가에 먼 곳에서부터 불원천리 달려온 동료들을 보면서 혁재가 그 동안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한 미경이가 인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서 나는 그들보다 먼저 일어나 장례식장을 나왔다. 바람은 불었지만 차갑다는 느낌은 없었다. 흡사 초여름 밤 같았다. 요즘 사흘 걸러 한 번씩 빈소를 찾는데, 망자들의 네트워크는 이렇듯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작동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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