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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대한(大寒)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본문

일상

대한(大寒)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달빛사랑 2012. 1. 21. 12:04

 

 

 명절 연휴가 시작된 첫날,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전에 일어나 나는 찬밥을 덜어내어 누룽지를 만들었고, 어머니는 식혜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셨다. 청소와 환기를 위해 문을 열자 상쾌한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대한(大寒)이란 절기가 무색하게 전혀 한기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이다. 간단히 집안 청소를 끝내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니 겨울비는 제법 굵어져 있었다. 쓰레기를 재료별로 분리해서 버린 후, 담배를 피워 물고 한참 동안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갑자기 몰려왔다.

 명절의 흥성함은 아직 나에게 도착하지 않았다. 하긴 명절의 흥성함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이던가. ‘새삼스러울 게 뭐 있어.’라고 생각을 다잡지만, 그래도 올 해는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다. 연휴가 끝나는 날부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엉킨 실타래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말고도, 올해는 동생네 가족이 예전과는 달리 설 전날 와서 밤을 새지 않고, 설날 당일, 간단한 음식을 해가지고 와 추도예배만 보겠다고 연락을 해왔단다. 그것이 왠지 그냥 서운하고, 마음을 무겁게 했다. 더구나 나에게는 연락도 안 하고, 어머님께만 전화를 한 모양인데,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명절 연휴를, 혼자 사는 아들과 쓸쓸하게 보내야 하는 어머님의 심정은 오죽하셨을까.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리고 어머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오히려 그것이 제수씨나 동생에게 머쓱해할 형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생각일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온 가족들이 모여서 말 그대로 명절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며 가족애를 나눌 날이 올 것이라고. 다만, 바라는 것은, 어머님의 연세를 고려할 때,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애오라지 새해를 맞는 나의 바람이자 하나님에게 모든 걸 의탁하고 드리는 나의 기도이다. 아직도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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