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큰바람'이 불다.. 본문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
살면서 여러 번 거센 바람을 만나봤지만...
오늘 아침 바람은 정말 대단했다.
중동이가 아예 꺾여버린 나무들...
윗 부분이 잘려나간 나무
바람에 엉크러진 화단의 화초들...
쓰러졌던 나무를 관리소 직원들이 부목을 대 바로잡아 놓았다.
새벽녘, 이전에는 켤코 들어본 적이 없는 바람 소리에 잠을 깼다.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가 느껴져 잠이 덜 깬 채로 거실로 나갔더니
거센 바람이 베란다 창틀을 모질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내가 잠든 사이, 남녘으로부터 밤새 질주해 온, 최대풍속 50m/s의
초대형 태풍 곤파스가 이곳에 다다랐던 것이다.
어디선가 유리창이 깨져나가는지 와장창 하는 소리도 들리고,
떨어진 간판과 잘린 나뭇가지들이 종이장처럼 거리를 파닥거리며 날아다녔다.
정말이지 바람에 경외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낯선 곳으로 날려버린 바람이 그랬을까?높은 곳에서 두 팔을 벌리고 저 바람의 중심으로 뛰어든다면
나는 수직낙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망토에 싸여
훨훨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뜬금없이, 잠깐 했다.
다행히 곤파스는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이내 떠나갔지만,
잠깐 머무는 동안에도 '그녀'는 사람들의 마을을 구석구석까지
철저하게 할퀴고, 짓밟으며 자신의 가공할 파괴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마치 '자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항변하듯이....
오늘... 내가 만난 곤파스는 정말 정말 '태(泰)'한 '풍(風)'이었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라고 자탄했던 김수영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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