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폭염주의보 본문

일상

폭염주의보

달빛사랑 2010. 8. 20. 19:30

 

 

내 일찍이 경거망동(輕擧妄動)을 그 무엇보다 혐오했거늘,
오늘에 이르러... 나의 아둔함과 경박함을 스스로 질책하노라.
모름지기 '때'를 기다리는 자(者)는 천기(天機)를 읽을
맘의 준비를 늘상 견지하고 있어야 하고, 어느 순간
천기(天機)를 간파할 내공이 생겨,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조신하게 신독(愼獨)하고, 경거망동을 삼가야 하는 법...
그러나 나는 '다가올 계절'을 향한 편중된 애정의 결과
‘가는 계절’에 대한 '보내는 자의 예우'를 다하지 못하였다.
하여, 여름이라는 물건의 불같은 화를 촉발하게 되었구나,
본디 알량한 자존심일수록 상처를 받으면
그 화가 통제할 수 없을 지경으로 증폭되는 바,
이제 강개(慷慨) 비분(悲憤)하여 태양의 작렬로
밀려남에 항거하는 여름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려 하노라. 
그래... 여름아... 미안하다. 아직은.. 아직은 너의 계절이었구나. 
비 온 뒤에 땅 굳고, 궂긴 날 뒤에 환한 날 온다는
시정에 회자(膾炙)되는 이야기만 믿고 너를 너무 가벼이 봤구나.
허니... 부디... 분(憤)과 화(火)를 얼른 풀고, 너에게 주어진
이곳에서의 시간 동안 충분히, 확실히 본색을 보이거라.
다시 한 번 너를 가벼이 본 나의 아둔과 냉정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 더워 디지겄다.”
이 말로 다소 통쾌함을 느꼈느냐? 그렇다면 여름아,
모든 찝찝한 것들을 한 방에 퉁치자. 오케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