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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2010) 본문

일상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2010)

달빛사랑 2010. 8. 21. 16:41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는 젊은 우리의 초상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그런 순간이.”
‘청춘’은 깊고 거친 들숨과 날숨, 절망과 상처를 동반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어떤 시대를 지나온 세대라도 마찬가지. 이 아름다운 시기에 우리는-청춘들은-

누구보다 비극적인 시간을 만나고, 오래,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받았기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바로 그 청춘의 이야기이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작가는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래서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것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내.가.그.쪽.으.로.갈.까?
내.가.그.쪽.으.로.갈.게.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 작품은 육 개월 동안 연재된 원고를 초고 삼아 지난겨울 동안 다시 썼다. 겨울만이 아니다.

봄과 이 초여름 사이…… 아니, 방금 전까지도 계속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쇄되기 직전까지도 쓰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책이 나온 후에도. 어째 나는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계속 이 작품을 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랑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을 향한 나의 이 발신음이 어디에 이를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울한 사회풍경과 시간을 뚫고 나아가서

서로에게 어떻게 불멸의 풍경으로 각인되는지……를 따라가보았다.

가능한 시대를 지우고 현대 문명기기의 등장을 막으며 마음이 아닌 다른 소통기구들을 배제하고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로 하여금 걷고 쓰고 읽는 일들과 자주 대면시켰다.

풍속이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가도 인간 조건의 근원으로 걷고 쓰고 읽는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품 안에서 나는 작품 바깥에서 글쓰기를 했던 셈이다. (……)

작품 속의 그들 또한 글쓰기 앞에서 뭔가에 벅차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느꼈던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여기에 부려놓고 이제 나는 다른 시간 속으로 건너간다.

이 소설에서 어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자신이 끝까지 펜을 놓지 못했듯, 독자들 역시 끊임없이 새로이 이 작품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그 종소리 때문에,

한번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칠 때마다 새로운 신호들이 나타나므로.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작가 신경숙의 이 간절한 소통의 발신음은, 이 시기를 힘겹게 넘겨온 이들에게,

또한 새롭게 이 시기를 맞을 이들에게 닿아, 바로 그 자리에서 또다른 발신음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며,

다시 그들 자신에 의해 새롭게 씌어질 것이라 믿는다.[출판사 서평] 

그때의 우리는 그게 어느 시간이든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 이른 시간이어도 그가 내게 올 수 없는 시간은 없었고

내가 그에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의 우리는 언제든 서로를 향해 어서 와, 라고 대답했었다. (23쪽)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였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63쪽)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이지만은 않을까.

왜 슬픔이고 절망이기도 할까. (157쪽)

 

함께 공유하면 상처가 치유될까.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때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길.

바래진 상처를 딛고 다른 시간 속으로 한 발짝 나아가길. (211쪽)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291쪽)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살아오면서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 앞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할 일들.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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