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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현실은 잔인하다... 본문

일상

현실은 잔인하다...

달빛사랑 2010. 3. 29. 11:32

 

 

백령도 근해에서 국군 초계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했고, 많은 사상자가 예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하고 아연한 맘을 다스리며 관악산을 오르고 있을 때,   

익숙하지 않은 번호 하나가 휴대폰 화면에 떴다. 시골 사촌의 전화였다.   

숙부님께서 쓰러지셔서 서산 의료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 갑자기 힘이 빠지고 가슴이 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 엄격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무척이나 자상하게 나를 챙겨주셨던 분인데....

전화를 받고 난 후... 양 손에 잡고 있던 스틱이 자주 균형을 잃었다. 

오랜만에 햇살은 눈시리게 맑았는데....

실낱 같은 마지막 생명을 붙잡고,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숙부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오늘 아침.... 동생과 어머니는 먼저 병원으로 떠나고,

일 때문에 이곳에 머물고 있는 나는 맘이 너무 무겁다.

이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생명이 남아있을 때, 그분의 마지막 손을 잡아드리고 싶은데...

남은 자들의 얽히고 설킨 삶은, 가는 이의 손을 잡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재고, 판단하고, 고뇌하고, 유보할 수밖에 없는 내 현실이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 건지.... 

오랜만에 만나는... 천연덕스럽게 맑고 깨끗한, 저 봄 햇살조차 괜스레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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