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이 산은 과연 나를 기억하는가? ( music - 김두수, '산' ) 본문
산의 완만한 능선처럼 등이 굽은 노인들과 약수통 달랑거리며 산을 오른다.
어린 시절 이 산은 아이의 작은 보폭으로 오르내리기 힘든 산이었지.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천성적으로 어떤 신비한 힘이 주어지는 모양인가.
유년시절.... 산 이편 능선에서 뻐꾸기 울면 건너편 봉우리에선 깃발이 올랐다.
두 손을 포개어 제법 그럴듯하게 뻐꾹뻐꾹뻐꾹새 소리를 내면
야호! 함성과 함께 흔들리던 때절은 런닝셔츠, 자랑스런 본대의 깃발.
나는 이 산에서 여러 번 포로가 되었고, 또 많은 적군을 사로잡았었다.
가끔은 누구의 총성이 먼저 울렸는가를 가리기 위해 벙커와 은폐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이고,
맏형인 우리들의 대장 앞에서 현장검증도 여러 번 했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 나는 한번도 대장이 되지는 못했지만
작전의 한계와 예상되는 전과를 가늠하는 것은 늘 내 몫이었다.
별다른 놀이기구를 갖지 못한 우리에게 이 산은 거대한 장난감이었고 휴식처였고 친구였지.
무엇이든 우리에게 요구하기만 하는, 저 산 아래 세상에 대한 훌륭한 은폐물이었지.
그러나 지금은 머리부터 목 언저리까지 맨 살이 드러나고, 작은 노인들의 굽은 등 하나도 가려주지 못한다.
이 산도 우리와 더불어 나이를 먹고 늙어 가는 것인지......
옛날 병정놀이의 믿음직한 전우들을 생각하며 터벅터벅 산을 내려올 때,
턱없이 낮아진 산자락 끝으로부터 들려오는 깊은 한숨소리를 나는 들었다.
이 산은 과연 나를 기억하는가?
- moon.g.b. 달빛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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