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내가 빛날 때 정작 너는 없고 (9-6-금, 흐림) 본문
참 희한하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매번 어긋나는 건지 모르겠어. 길이 어긋나고 관계가 어긋나고 시간이 어긋나고 상황이 어긋나고, 마치 통속소설의 주인공들처럼, 텔레비전 드라마의 익숙한 클리셰처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못 알아보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는 떠나가고, 고백하기로 결심한 날 일이 생기고, 이쪽 마음이 지극해지면 저쪽 마음은 시들해지고…… 참 알 수 없단 말이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암만 멋지면 뭐 해.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그 멋을 접수할 수 없는 시공간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젠장, 헛물켜는 거지. 가끔 그렇게 매번, 지독하게 어긋나기만 하다가 요행히 두 개의 사랑이 같은 시공간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 좁고 짧고 얕고 낮은 곳을 몇 번이나 지나치고 수년간 지나치고, 청맹과니처럼 보고도 몰라보고, 그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아니다. 하늘이 감동하사 은혜를 베푼 건가. 암튼 우연히든 하늘의 뜻이든 드디어 만났을 때, 이걸 사랑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도 시효가 있는 거 아닐까. 사랑도 때가 있는 거 아닐까. 도대체 영원한 사랑이 어디 있다고……. 동물의 어미들이 새끼에게 갖는 본능적 사랑이나,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말고 영원한 사랑이 어디 있다고. 하긴 요즘에는 자식을 때리고 버리는 부모도 부지기수니, 부모의 사랑은 영원한 거라는 말이 무색해지긴 했다. 꼭 그래. 매번 그렇다니까. 내가 나름 빛날 때 너는 내 곁에 없고 네가 빛날 때 나 또한 네 곁에 없는……. 이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운명이 우리를 이처럼 단단하게 결속시켜 주다니, 오 고마워라.’라고 감탄하며 눈물 흘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복선도 없고 반전도 없는 뻔한 통속극의 주인공들처럼, 삼류 소설의 흔한 클리셰들처럼 그렇게 모멸이 만든 사랑을 할 바에는 차라리 고독한 게 훨씬 아름다운 거 아니겠어? 그런데 참 희한하지. 이런 하찮고 지루하고 가끔 고약할 만큼 역설적인 사랑을 여전히 나는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야. 젠장! 하긴 그래서 재미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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