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밥과 술의 하루 (9-3-화, 맑음) 본문

일상

밥과 술의 하루 (9-3-화, 맑음)

달빛사랑 2024. 9. 3. 10:40

 

큰누나의 제안으로 형제들이 함께 점심 먹었다. 이번주 목요일이 내 생일인데, 아마도 누나는 그걸 염두에 두고 밥 먹자고 한 것일 게다. 오랜 기간 혼자 살다 보니 생일이 와도 특별한 감흥은 없다. 아들놈은 전화 한 통 없고 오히려 친구나 후배들 중 몇몇이 연락해 오긴 하지만, 그걸 빌미로 술 마시는 일도 귀찮고 내가 태어난 게 정말 이 세상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일까 의구심만 들어 생일이 오히려 귀찮을 때가 더러 있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남편이 죽고 난 후 매번 다양한 이유를 붙여 형제들과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누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순순히 그러자고 했다.

 

다만 원래는 누나들과 셋이서만 집 근처 식당에서 갈비탕이나 삼계탕을 먹을까 했는데, 큰 누나가 기어코 막내에게도 연락해 동생 내외도 함께 했다. 매형 돌아가셨을 때 속 깊은 막내는 빈소는 물론 장지에서 여러 귀찮은 일을 소리 없이 처리해 주었다. 그것에 대해 누나는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또 언제든 전화하면 군말 없이 달려와 누나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것도 막내다. 그래서 누나들은, 나는 어려워하지만 막내는 편안해한다. 세상의 모든 형제가 다 우애가 좋은 건 아니겠지만 다행히 우리 형제들은 우애가 깊다. 아무튼 그래서(막내 부부가 참석하게 되어서) 애초 먹으려던 메뉴를 바꿔 엄마 생전에 자주 갔던 남촌동 곤드레나물밥집에 들러 박대, 고등어, 불고기 정식 등을 먹었다. 나는 출근했다가 점심때쯤 형제들과 합류했고 사무실로 돌아올 때는 동생이 청사 정문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퇴근 후에는 장애인자활단체에서 주관하는 기금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에 들러 술을 마셨다. 보운 형의 티켓과 비서실장의 티켓, 그리고 나를 아는 지인들이 먼저 가며 나에게 준 티켓까지, 40만 원어치는 매상을 올려줬다. 하지만 아무리 기금마련 주점이라도 나온 음식이 너무 형편없어 모두가 아연했다. 작은 접시에 열 점 정도 썰어 나온 순대가 3만 원, 오리훈제 작은 접시가 4만 원, 소주 한 병 만 원...... 이런 식이었다. 일행들은 "아, 이거 너무한데. 이러면 이제 다음부터는 누가 오겠어?"라며 혀를 찼다. 

 

구매한 티켓을 모두 소비한 일행들은 주점을 나와 근처 막걸릿집에서 간단하게 2차를 했다.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와서 술을 마시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정거장 앞 복권 가게는 여전했다. 주인 내외도 그대로였다. 나와 보운 형, 황보 비서실장은 3 지구에 온 기념으로 로또복권 만 원어치씩 구매했다. 일행 중 집이 부평 방향인 김 목사와 수홍 형, 보운 형, 황보 등은 택시를 타고 따로 가고 나는 62번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