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나의 자리, 당신의 자리 (3-29-금, 맑음) 본문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그건 특별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내 일상이 달라질 리 없다는 염세적인 생각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약간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왜 나라고 해서 불안함과 불편함이 없겠어요.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모든 걸 넉넉하게 갖추지도 못했으니 분명 나의 불안함은 언젠가 불편함으로 나타날 개연성은 충분하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의식적으로 미래의 불안 거리를 당겨서 고민하지 않기로 노력해 왔어요. 그 노력이 버릇처럼 습관처럼 되어 버린 겁니다. 습관도 오래되니 의지의 외피를 입기도 하네요.
생각해 보세요. 여전히 내 삶에 힘을 주고 있는 하늘에 계신 엄마의 기도,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의 격동, 늘 결정적인 순간에 나의 모든 걸 주관하시는 신의 사랑, 후배들 술 사줄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과 직업, 시에 관한 열정 등 나에게 힘을 주는 이런 행복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염세적인 마음을 갖겠어요. 그리고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위에서 말한 것들이 결코 소소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더군요. 사람들은 너무 거대한 꿈만 꾸느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기 일쑤지요. 나는 그런 바보가 되기 싫었을 뿐입니다.
그래요. 나는 그냥 내 자리를 묵묵히 지킬 겁니다. 꽃과 나무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산과 바위가 제자리를 지키듯, 비록 옹색한 자리일망정 그렇게 내 자리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자리를 지켜주세요. 거길 찾아가는 것은 제 몫입니다. 나는 나의 자리를, 당신은 당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단단하게 엮이어 마침내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 있을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맞아요, 사랑이란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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