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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가 (3-18-월, 맑음) 본문

일상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가 (3-18-월, 맑음)

달빛사랑 2024. 3. 18. 20:09

 

평온한 삶이 지속될수록 모종의 불안감이 스멀대곤 한다. “행복은 네 몫이 아니야”라며 질투 많은 불행이 자꾸만 나를 힘든 질곡 속으로 밀어 넣을 것만 같은 불안감 말이다. 이런 불안감의 연조는 제법 깊다. 하지만 이 불안감이 매번 현실이 된 건 아니다. 기우로 그치곤 만 경우도 적진 않은데, 그래서 언제부턴가 ‘불안감이 크다는 건 그만큼 내가 현재 행복하다는 의미 아니겠어? 지켜야 행복이 그만큼 많다는 말일 테니’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일종의 자기 세뇌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의 불안감은 다소 결이 다르다. 불안감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기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면 그걸 모르는 경우보다 해결 가능성이 높을 뿐이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불안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스멀대는 것이다. 어떤 상황의 지속과 종언을 결정할 수 있는 게 내 능력 밖의 일이라면 원인을 알아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랑과 우정 같은, 타인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일이 그런 경우다.

또 어떤 불안은 질투와 나의 불성실함이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렇게 시가 안 써지는 것이지? 이러다 영영 시가 나를 떠나버리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는데―이런 창작에 관한 부담과 불안은 모든 시인, 작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일 것이다―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 오히려 마음의 부담을 정리하기가 훨씬 쉽다. 하지만 그것이 불성실 때문이라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자신의 습성에 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 게으른 습성을 고치기는 쉽지 않고, 능력이 없진 않은 거 같은데 글은 안 써지고, 주변 동료들의 약진은 눈부실 때, 글쟁이로서의 불안감과 질투심은 극에 달하게 된다.

지금 나는 표면적으로는 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느긋하고 평안하다. 하지만 내가 처한 조건과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불안한 게 한둘이 아니다. (내향적 인간들 특유의 ‘사서 고민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노후 대비도 해놓지 못했고, 아들 장가보낼 밑천도 턱없이 부족하고, 오래전에 완벽하게 끄지 못한 모종의 불씨가 올 안에 다시 살아나 나를 곤란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삶에 관해 느긋함과 불안함의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데, 걱정되는 건 이런 경우 대부분 불안감의 승리(?)로 귀결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운명론자처럼 가만히 앉아서 불안감에 벌벌 떨며 살 수는 없는 일, 내 능력 밖의 일은 할 수 없지만, 내 노력 여하에 따라 떨쳐낼 수 있는 불안감이라면, 당연히 치열하게 노력하고 당당하게 현실과 부딪쳐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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