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고마워요, 국가대표 선수들! (2-3-토, 흐림) 본문

일상

고마워요, 국가대표 선수들! (2-3-토, 흐림)

달빛사랑 2024. 2. 3. 20:41

 

지난 수요일 사우디와의 아시안컵 축구 16강 전에서 패색이 짙었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은 설영우가 건네준 패스를 정확한 헤더로 1-1 동점 골을 만들었고, 연장에서도 승부를 못 가려 결국 승부차기를 했는데,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에 힘입어 마침내 4-2로 승리, 사우디의 모래 폭풍을 잠재운 바 있다. 새벽에 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봤던 많은 국민과 언론은 며칠째 계속해서 한국의 투지와 승리에 대한 집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나는 본방 사수는 못 하고 뒤늦게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으로 당시 경기 상황을 시청했는데, 국뽕이 차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아주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라는 게 얼마나 조변석개, 그야말로 냄비 근성인지, 지난 화요일까지만 해도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전에서 졸전을 벌였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온갖 쌍욕을 해대던 사람들이 불과 며칠 만에 이렇듯 태세 전환이라니, 참 국가대표 선수도 못 해먹을 일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수요일 사우디전에서는 그간 가장 많은 욕을 먹었던 조규성이 동점 골을 넣어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로서는 며칠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닌 조규성이 골을 넣은 게 축구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나조차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3일) 새벽에 열린 대 호주전에서도 또다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전반 41분에 한국이 호주에게 먼저 1골을 내어주고 1-0 뒤진 상태로 전후반을 마친 후,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는데, 그 추가시간 4분을 남겨놓고 손흥민 선수가 문전 돌파를 시도하였고, 손흥민을 막으려던 호주 선수의 반칙으로 극적인 페널티 킥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황희찬 선수가 통쾌하게 골로 연결하여 1-1로 경기를 마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한국 선수들은 연장 전반 내내 좋은 경기를 보였고, 마침내 황희찬은 상대 진영으로 돌파를 시도하다 프리킥을 얻는다. 이 프리킥을 이번에는 손흥민이 차게 되는데, 와, 이 프리킥이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환상적인 킥이었다. 본래 손흥민이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라는 걸 알았지만, 필요할 때 이렇듯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많지 않다. 아무튼 상대의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어서 골대의 오른쪽 모퉁이로 정확하게 날아가 꽂힌 극적인 역전 골이 터졌다. 현장에서 관람하던 관중들은 물론이고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모든 국민이 자기도 모르게 “와~!”하는 탄성을 지르던 순간이었다.

 

나는 지난밤에 술 마시고 돌아와 이내 잠이 든 탓에 물 마시러 일어났다 뒤늦게 경기 상황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와 매스컴은 온통 호주와의 경기 결과로 도배되었다. 잠이 확 달아난 상태로 동점과 역전 골 상황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참 대한민국 선수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조금 전(오후 8시 30분)에 끝난 일본-이란 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것과 맞물려 전국은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다. 스포츠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극적인 승리는 나에게도 감동을 준다. 선수 이름이나 경기 규칙은 잘 몰라도 뭔가 찡한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경기 결과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면서 다시 한번 캡틴 손흥민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게 되었다. 전체 판을 읽어내는 감각, 기운이 떨어질 때면 선수들을 독려해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맏형의 지도력,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가공할 드리블 스피드, 기회가 오면 반드시 골로 연결하는 골 결정력 등 그야말로 그는 축구를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실력과 캡틴으로서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튼 답답하고 졸렬한 정치와 팍팍해진 민생으로 인해 신경쇠약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오랜만에 시원하고 통쾌한 소식을 전해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투혼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어 참 고맙다. 그런 게 바로 그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결국은 끝끝내 그것을 극복하고야 마는 민중의 근성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