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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뜻밖의 술자리 (2-2-금, 약간 구름) 본문

일상

뜻밖의 술자리 (2-2-금, 약간 구름)

달빛사랑 2024. 2. 2. 22:39

 

저녁 먹고 설거지 끝냈을 때, 혁재 커플과 근직이, S 선생과 J 누나 등이 화가 후배 조우와 그녀의 남편이 운영하는 신포동 식당에 있다면 내게 전화했다. S 선생 이름이 휴대전화 화면에 떴을 때, 혁재도 함께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그냥 한 번 "혹시 혁재도 같이 있나요?" 하고 물었다. S 선생은 "그럼요. 당연하지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외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쉬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 식사 직후라서 소화도 시킬 겸 일부러 택시 타지 않고 전철과 버스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 8시 40분쯤 도착. 

식당에 들어서니 S 선생과 근직이, 로미는 멀쩡했고, 혁재와 J 누나는 이미 취해 있었다. 그것까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로미는 골절 치료 중이라서 술을 삼갔을 테고, 근직 역시 건강 때문에 취할 만큼 마실 리 만무하며, S 선생도 서너 차례 만나본 바에 의하면 술자리를 줄길 뿐 대주(大酒)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 가능함이 이 사람들의 매력이자 한계일 터인데, 나는 매력 쪽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편이다.

한 겨울밤 치고는 날이 포근했다. 바다가 가까운 신포동인데도 (담배 피우러 가는 근직이를 따라 올라간) 건물 옥상에서 만난 바람이 차갑지가 않았다. 근직이는 최근 병원에서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말을 들었는지, 본격적으로 운동해야겠다며 나에게 헬스클럽에 관해 물어왔다. 이것저것 알고 있는 팁들을 알려주었다. 재작년쯤부터 간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한동안 술을 멀리했는데, 건강이 좋아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유혹에 굴복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최근에는 간간이 막걸리를 마시는 것 같았다. 

나는 S 선생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는 그녀가 대부분의 술값을 계산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아름다운 분이다) 그들(대략 10여 명 안팎의 예술가들)의 특별한 결속력을 자주 부러워했지만, 적어도 술과 관련해서는 서로를 지나치게 방임하는 것 같아 전혀 부럽지 않다.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이해해 주는 일은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동료가 좋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탐닉하거나 자기 몸을 갉아먹는 행동을 할 때는 하지 말리고 고언 하는 게 진정한 우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근직이와 혁재를 건강하게, 오래 만나고 싶은 것이다.

오랜만에 막걸리, 아니 삼양주(막걸리라고 불렀더니 직접 그 술을 빚었다는 혁재 또래의 사장은 "막걸리가 아니고 삼양주랍니다"라며 매번 이름을 바로잡아 줬다. 술에 관한 자부심인 듯했다)를 2병 정도 마셨더니 살짝 취기가 느껴졌다. 식당을 나올 때 S 선생은 나와 근직이, 혁재에게 포장된 삼양주 1병씩을 각각 안겨주었다. 일행들과 함께 J 누나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S 선생이 잡아 준 택시 타고 돌아왔다. 

 

바람 속에도 

나뭇가지 끝에도 

심지어 엄마의 화초들에도 

봄의 척후들이 남긴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래가 절기상 입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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