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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크리스마스이브, 가루눈 날리고..... 본문

일상

크리스마스이브, 가루눈 날리고.....

달빛사랑 2021. 12. 24. 00:39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새벽 배송된 쌀을 현관으로 들여놓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온몸으로 파고들던 한기, '앗, 어제와는 확실히 다르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근할 때는 마치 뭔가가 쏟아져 내릴 듯한 하늘에 기분이 좋아졌다. 눈이든 비든 아무거나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눈이라면 더 좋겠지만. 하늘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러다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 앉자마자 가루눈 날렸다. 식당 TV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사면' 소식이 흘러나왔다. 촛불로 몰아낸 부도덕한 권력자를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권이 풀어주다니, 정치란 정말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발은 약간 굵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루눈 상태였다. 청사는 원래 금요일에는 연월차 낸 직원들이 많아 평소보다 썰렁하지만 오늘은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같은 방 보좌관은 오후에 출장을 가 나는 빈 사무실에서 혼자 오후를 보내야 했다. 4시쯤 되어 눈발은 사위었다. 하지만 해는 여전히 구름 속에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목을 잃어버린 상가와 상인들은 하나같이 울상이었다. 단골집 사장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 갈매기에 들러볼까 하는데, 가방 들고 문을 나가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0여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이브는 쓸쓸함을 되씹는 날이 되었다. 물론 엄마가 혼자 빈 집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일찍 귀가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개 갈매기에서 혁재와 술을 마셨다. 이제 엄마 없는 고아가 되어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이브다. 술집에서 술 마시다 늦게 들어간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쓸쓸하다. 가끔 출장나간 보좌관을 찾는 직원들이 문을 빼꼼히 열어보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크리스마스와 주말 잘 보내세요. 보좌관님!" 하고 인사를 하고 간다. 어떻게 하는 게 잘 보내는 걸까.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를 스캔해 놨다. 책이나 읽으며 주말을 보낼까. 원고료와 심사료, 인터뷰 사례금 등이 속속 입금되었다. 갈매기에나 들러봐야겠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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