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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메모 기계 본문

일상

메모 기계

달빛사랑 2021. 11. 23. 00:34

 

문화재단으로부터 얼마 전 인터뷰한 이우재 선배의 약력을 간단하게 축약해 달라는 연락을 받아, 포맷에 맞게 수정해서 보냈다. 그러면서 지난번 보냈던 최종 수정 원고가 잘못 발송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애써 수정해 놓고 정작 발송한 것은 수정 이전의 원고였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이미 pdf로 만들어졌다며 내부 편집회의 끝나고 그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나도 '수정 원고는 사무실 컴퓨터에 있으니, pdf 파일을 받으면, 사무실에서 수정해서 보내주마'고 약속했다. 요즘 자주 이런 실수를 한다. 교육청에서도 교육감 인사말이나 축사를 애써 수정해 놓고도 정작 보낼 때는 깜빡하고 비서실에서 건너온 수정 이전의 파일을 그대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파일을 받자마자 이름 뒤에 '특보 수정'이라는 말을 붙여 넣고 바로 새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른다. 이처럼 작업한 파일이 남아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경우는 서너 시간의 작업이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황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자동 저장을 반드시 설정해 놓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도 뭔가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일단 회원가입한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모아 따로 메모해 놓기 시작한 건 오래 전 일이다. 갑자기 필요해질 물건(케이블 타이, 양면테이프, 서류 등)들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서랍을 헤집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것들 역시 따로 적어 놓는다. 예전에는 그 많던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다 외우고 다녔는지 모를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메모의 양은 점점 많아질 게 분명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해야만 뭔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서글프다. 어느 순간 나는 메모 기계가 되었다. 물론 가끔 이러한 습관이 뜻밖의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아무튼!

 

요즘 인천예총이 각종 구설수에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욕망에 사로잡히면 그 누구보다 추하게 변하는 법이다. 수십 년간 각종 혜택을 받으며 도덕적 해이가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러한 전횡과 편법을 감독해야 할 시의 주무 부서 공무원들이 직무를 유기했거나 부화뇌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 신문에 보도된 주무 부서 과장은 그렇지 않아도 내가 문제가 있다고 늘 지적해 온 인물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터질 게 터진 거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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