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뜻밖의 부고를 받다 본문
그야말로 종일 교정보고 영화보며 보낸 하루다. 교정은 오래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두어 시간 정도 책이나 원고를 보고 있으면 눈이 침침해진다. 돋보기를 써도 마찬가지다. 쉬는 것밖에는 대책이 없다. 그래서 한 시간 간격으로 쉬다 보다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쉬는 동안 가끔 영화나 영상을 본다. 멀찍이 떨어져서 영화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눈이 원래 상태를 회복한다. 가끔 영화보다가 아예 교정은 팽개치고 종일 영화만 볼 때도 있다. 나 만큼 모든 유혹에 약한 인간이 또 있을까. 그렇다고 뭐 대단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다. 잡식성이다. 다만 공포나 시사, 정치 영화는 싫어한다.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로 좋아하는 영화는 SF영화나 로맨스,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부작용은 많다. 영화 속에 살다가 현실 정치 뉴스를 보면 미처 10여 분을 넘기치 못하고 채널을 돌린다. 영화 속에도 극복해야 할 난관은 많고 참을 수 없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정치인들 만큼 구체적으로 파렴치하고 현실적으로 우수꽝스러운 인물들은 무척 드물다. 삼류 영화 같다. 그들의 모습을 영화로 만든다면 모든 장르의 영화가 가능하다. 공포, 코미디, 판타지, 스릴러, 비극 등등. 오늘도 그들은 영화를 찍고 있다.
오래전 대학시절에 만났던, 그러나 안 본지 수십 년 된 후배의 부고를 받았다. 제고 후배이자 연세대 후배인데, 상주가 나를 알아 보낸 부고는 아닐 터이고, 아마도 동문회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보냈을 것이다. 술도 잘 마시고, 유머도 있고 인물도 좋았던 후배였다. 졸업 후에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이 되었다. 그래서 만나고 싶어도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이후 최근까지 외국에서 생활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부고를 받았다. 나보다 일 년 후배였으니, 자연스런 죽음은 아닐 것이다. 병이나 사고로 인한 죽음일 테지만, 나는 후배나 친구들에게 후배의 죽음의 원인을 묻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나의 부고도 그렇듯 지인들에게 갑작스레 전달될 것이다. 삶이란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과 그것을 생각할 때 밀려드는 마음은 차원이 다르다. 으레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슬픔과 삶의 무상감은 어쩔 수 없다. 죽고 싶어 죽은 게 아니라면,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대한 의지와 미련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다. 부디 고통 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후배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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