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정책특보단 교육감 미팅 본문
정책특보(문화예술, 노동, 법률)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육감과 점심을 같이한다. 청에서 공식적인 업무로 만나 대화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면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속엣말도 쉽게 드러내게 된다. 밥을 같이 먹는, 다시 말해서 식구라는 연대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밥 먹다 말고 숟가락을 집어던지거나 밥상을 뒤엎는 모습이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상하관계가 뚜렷하거나 패륜적인 하극상이 드러나는 ‘식구’ 관계에서나 발생하는 일이고 대개는 음식에 대한 품평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육감이 특보들과 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식사하려는 이유도 아마 그런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직원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럴듯한 한정식을 먹을 수 있으니 은근히 이날이 기다려진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특보와 교육감 사이의 대화 중에는 민감한 내용이 나올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직원들과 마주칠 수 있는 식당은 일단 배제한다. 그래서 칸막이가 있거나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은 식당을 찾게 된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 해도 칸막이가 없거나 많은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으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사실 가는 곳은 몇몇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 서너 곳을 돌아가면서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전복요리 전문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특선이다 보니 전복집인데도 불구하고 회와 회무침도 나오고 튀김도 나오고 생선 튀김도 나왔다. 여러 사람이 식사할 때 나는 한 사람마다 한 그릇씩 제몫의 식사를 앞에 놓고 먹는 순댓국이나 설렁탕, 해장국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내 회식 취향이 촌스럽다보니 가운데 놓고 먹을 만큼 덜어서 먹는 요리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눈치 안 보고 먹을 만큼 덜어다 맛있게 먹었다. 심지어 사람 숫자 대로 나왔지만 누군가 먹지 않아 남은 전복까지 눈치 안 보고 먹었다. 비싼 음식 남기면 안 되니까. 식당을 나올 때 풍선배가 되었다. 오고 간 대화 중 절반 이상이 무거운 내용이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음식은 음식 아닌가.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집에 오니 4시, 샤워를 하고 나서 한잠 잤다. 9시쯤에는 아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둘이 한 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배터리가 소진되어 전화가 저절로 끊겼다. 컴퓨터 카톡으로 "배터리가 아웃되어서 전화가 끊겼네. 앞으로도 자주 오늘처럼 통화하자. 사랑해!" 하고 문자를 보냈다. 아들로부터 "오케이~~" 하는 답장이 왔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한 게 언제인지 아득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처음인 듯 싶다. 장성한 아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돌아가신 엄마도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셨다면 무척 뿌듯해하셨을 게 분명하다.
친구 아내인 선미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00만 원을 송금해줬다. 어려울 때 도움받았던 친구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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