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다시 인천, 밤에는 많은 비 내리다 본문
새소리에 잠을 깼다. 구름도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마당을 청소하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후배들이 깨기를 기다렸다. 부지런한 윗집 할머니는 아침부터 텃밭에 뭔가를 심고 계셨다. 8시가 넘어가자 후배들도 하나둘 기상해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했다. 나는 후배들이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이틀 만에 머리를 감았다. 그 시간 혁재는 소쿠리를 들고 미나리와 돌나물을 캐러 숲으로 들어가고, 창길이는 계곡을 따라 마을에서 산정으로 이어진 길을 산책하러 갔다. 삼십여 분만에 돌아온 혁재의 바구니는 미나리와 돌나물로 제법 솔찬했다. 창길이가 산책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짐을 싸서 무주에 있는 중식당 ‘천마루’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점으로 해물갈비짬뽕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희순이의 말로는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소문난 맛집이라고 했다. 영업 시작하자마자 들러서 우리 포함 두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5분 정도 앉아 있으니 손님들이 연신 실내로 들어왔고 식당은 이내 만원이었다. 우리 일행은 음식 가격이 만 원인 ‘해물갈비짬뽕’으로 메뉴를 통일했다. 15분 정도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육안으로는 무척 푸짐하고 맛있어 보였다. 영택이의 제안으로 이과두주도 주문했다. 운전해야 하는 창길이와 희순이는 못 마시고 나, 영택, 혁재만 고량주를 마셨다. 독한 고량주가 몸에 들어가니 금방 몸이 뜨거워지며 술이 올랐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짬뽕은 맛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줄 서서 기다리다 먹고 갈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인천에는 대명반점이나 용화루 등 천마루의 맛을 능가하는 짬뽕 맛집이 한두 개가 아니다. 따라서 허다한 맛집의 신묘한 짬뽕 맛을 이미 경험한 인천 사람들은 맛에 대한 평가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7천 원 정도라면 경쟁력이 있을지도…… 다만 떠들썩한 소문만큼은 아니었다는 말이지 맛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서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우긴 했다.
식당에서 영택이 내외와 헤어져 인천으로 출발했다. 날도 좋고 도로도 막히지 않아 무주 식당 '마천루'를 출발한 지 2시간 4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인천의 공기는 진안보다 확실히 안 좋았다. 기온도 높았다. 혁재는 인천이 가까워질수록 “벌써 기분이 나빠지고 있어. 형” 하며 낯을 찡그렸다. 희순이가 챙겨준 쑥을 받아들고 후배들과 헤어져 집에 들어오니 집안은 오히려 생각보다 서늘했다. 오후 세 시가 넘었으나 햇볕이 너무 좋아 입고 갔던 옷가지들을 세탁해서 오랜만에 테라스에 빨랫줄에 널었다. (요 며칠 비도 많이 오고 미세먼지도 너무 안 좋아 실내에서 빨래를 건조했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서 갑자기 구름이 끼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서둘러 옷을 걷어 실내 건조대에 옮겨 널었다. 빨래를 옮겨 널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9시가 넘어서면서 빗발은 더욱 거세졌다. 비는 11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내리고 있다. 진안에서의 이틀째 밤을 빼면, 지난 목요일부터 나흘 연속 비를 만나고 있다. 올 여름은 초입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더위와 모기가 무서워 한여름에 내려가기는 그렇고(망설여지고) 진안의 가을과 겨울 모습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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