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위기는 기회다ㅣ경인일보 방문(글쓰기 대회 심의) 본문
다소 늦게 출근했다. 비번이었지만 오늘 경인일보사에 들를 일이 있어 청사에 나와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내일 쉴 요량이었다. 사흘 만에 출근해보니 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올 초에 있었던 교장 공모제 관련 추문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이다. 경찰은 관련자 한 명을 전격 구속하고 유치장에 입감했다. 청에서는 수사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구속영장이 청구돼 경찰 조사 단계에서 입감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상황이다. 물론 잘못한 게 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번 추문을 계기로 이제껏 쌓아왔던 진보 교육의 성과까지 모조리 부정될 위기에 처했다. 또 현 교육감에 날을 세우고 있는 정적들은 사건을 침소봉대하여 교육감과 추문 당사자들을 무리하게 엮으려고 전 방위적 압박을 해올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집요하리라는 건 불문가지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오히려 교육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느슨했던 조직의 청렴도를 점검하고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미처 실천하지 못한 공약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설사 몇몇 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인한 추문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조직 수장으로서 일정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끊어낼 건 끊어냄으로써 전면적으로 일신한 교육청의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그것이 의구심의 증폭을 막는 길이고, 교육청과 교육감이 사는 길이다. 지금 청과 교육감은 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
오후 2시, 경인일보사에 들러 글쓰기 대회 응모작들을 심의했다. 신문사 측에서 1차 걸러냈기 때문에 심의는 다른 백일장 심의보다 한결 수월했다. 수작과 범작의 수준 차이가 커서 수상자를 가려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학부모 응모작까지 심의를 마치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20여 편을 심의한 시간으로서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빗방울이 떨어졌다. 예보에 의하면 오늘 저녁부터 내린 비는 내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초여름 이른 장마가 시작된 것인가. 나야 비를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청의 상황이 심란한 마당에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투덜대는 동료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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