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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일모도원(日暮途遠)인데 이덕복인(以德服人)하려니 힘들 수밖에 본문

일상

일모도원(日暮途遠)인데 이덕복인(以德服人)하려니 힘들 수밖에

달빛사랑 2021. 4. 6. 01:17

 

교육감과 특보들의 정례 모임이 있어 비번이었지만 청에 나갔다. 한 달에 한 번씩 교육감은 문화, 노동, 법무 특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지역과 교육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지역사회에서는 최근 제고 이전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실상은 이해가 얽힌 단위들이 저마다의 프레임을 이미 짜놓고 상대의 의견을 거기에 꿰어맞추는 형국일 뿐이다. 제고가 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든가 제고가 빠져나가고 난 이후의 대안을 아무리 설명해도 도무지 들으려 하질 않는다. 무척 정치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청의 의견의 합리적 핵심은 관심이 없다. 정치적 입장이 자신들과 다른 교육감을 공격하여 흠집을 내고 이후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현 교육감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안한다 해도 해당 정책의 핵심에는 관심이 없고 트집 잡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수밖에. 물론 교육감도 사람인지라 무오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 개진을 위한 테이블이 만들어진 것이고 비판과 대안을 위한 루트가 존재하는 것이다.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비판을 제기한다면 교육청과 감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천교육이 생기를 되찾는다면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 중 하나가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수상한’ 움직임들은 치졸한 저의를 촌스럽게 노골화하고 있어 화가 나다가도 연민이 든다. 토론회를 조직한다면서 교육청에 비판적인 사람들만 잔뜩 모아놓고 성토의 자리를 만들지를 않나, 플로어에 마이크를 넘긴다면서 주최 측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사전에 배치해 준비된 발언을 쏟아내게 하질 않나, 정말 정치쇼도 이런 정치쇼가 없을 만큼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으니, 어떻게 그들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교육청과 교육감은 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응전하면 안 된다. 편법이 아닌 정도를 가야 한다. 더디고 가끔 상처를 입어도 정도를 우회해선 안 될 일이다. 이덕복인(以德服人), 원칙과 덕성으로 교육과 문화판의 깜냥도 안 되는 세력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다. 힘들지만 가야하고……. 바쁜 일정에 자꾸만 발목을 잡고 늘어지니, 그야말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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