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평범해서 미안한 하루 본문
문단의 원로이자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던 소설가 천승세 씨가 작고했다. 참여문학 1세대 작가들이 매년 하늘에 들고 있다.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말일 것이다. 바이러스 확진자는 사흘째 500명이 넘었고 전북 정읍 오리농장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했다.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겠지.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으며 집에서 200m 떨어진 커피집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제 내 주거지의 턱밑까지 바이러스가 다다른 것이다. 제주에 사는 후배는 귤 한 상자를 보내왔다. 재밌게 열심히 사는 후배 내외다. 귤은 달고 맛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본 후 곧바로 시장에 가서 어묵볶음, 깻잎무침, 묵, 조개젓, 가지볶음, 고추장아찌 등 6가지의 반찬을 샀고, 돌아오는 길에 복권 2장과 순댓국 2인분도 샀다. 집에 돌아오니 알라딘에서 주문한 『함께 만드는 마을 교육공동체』와 『삶의 시간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두 권의 책이 도착해 있었다. 오후에는 누나가 버버리 머플러와 단팥빵, 도넛, 와플과 소스를 가지고 집에 들렀다. 머플러가 낡아서 하나 살까 했는데 타이밍이 절묘했다.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한 후, 후배가 보내준 귤을 까먹으며 스릴러 영화 ‘콜’을 보았다. 전종서라는 여배우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미 유아인과 주연한 ‘버닝’이라는 영화에서 발군은 연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녀는 자기 존재를 확실히 관객들에게 각인했다. 현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지만, 나의 일상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그래서 미안했다. 이 미안함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또 미안했다. 모든 이들의 겨울이 지금보다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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