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여름밤 본문
오랜만에 조구 형을 만났습니다. 못 만난 지가 한 달도 넘은 것 같은데, 자주 만나지 못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형과 내가 갈매기를 찾는 날이 달랐던 것입니다. 나는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갈매기를 찾지만, 형은 월요일에는 좀처럼 갈매기에 오지 않습니다. 형은 화요일쯤에 갈매기에 들르곤 하는데, 나는 이틀 연이은 술자리는 삼가는 편이라서 화요일에는 갈매기를 가지 않지요. 내가 갈매기에 들러서 형의 안부를 물어보면 바로 전날 왔었다는 말을 늘 듣게 되는 이유지요. 오늘도 어쩌면 형은 집에서 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술 마시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종우 형이 조구 형에게 문자를 보냈던 겁니다. 내가 분명 일부러 연락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형도 참……. 하지만 토요일인 오늘, 갈매기에 오면 혹시 형이나 혁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건 사실입니다. 종우 형에게 토요일에 가끔 조구 형이 들르신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문자를 보낸 종우 형은 30분이 지나도록 조구 형으로부터 답장이 없자 “오늘은 못 오시려나 봐요.”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제 곧 오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조구 형은 분명 못 간다는 답장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음주의 시작점이 달라서 제가 약간 취하기는 했지만, 형과 만나서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생각보다 크게 취기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는 건 제가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는 걸 말해주는 겁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유쾌하게 귀가 완료했습니다. 무미할 뻔한 주말이었는데, 조구 형을 만났으니 외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만나면 반갑고 못 보면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자야겠어요.
요즘 부고 잦습니다. 제가 잘 아는 선배가 아내를 잃었습니다. 여름밤에 받은 가슴 아픈 부고입니다. 모바일 부고장에 나타난 나이를 보니 저보다도 두 살이나 어린 분이셨습니다. 오랫동안 투병을 해오신 모양입니다. 이제 아픔도 슬픔도 없는 하늘에서 안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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