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특징없는 하루 본문
후배이자 인천시 대변인 정진오의 모친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코로나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일찍 간 건가, 아무튼 120평 5층 특실은 생각보다 썰렁했다. 드문드문 면식 있는 사람들이 인사를 해왔다. 대개는 신문기자였고 간간이 공무원들이었다. 선착(先着)한 사람들은 빈소가 덜 꾸며졌을 때 왔기 때문에 미처 조문을 하지 못한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보고를 받자마자 빈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빈소가 덜 꾸며져 먼저 식사 중다 먼저 온 사람들은 부고를 받자마자 빈소를 찾았기 때문에 고인의 영정보다 먼저 도착했다고 한다. 내가 식당에 앉아 밥을 먹으려 할 때, 그들은 비로소 조문하기 위해 우르르 일어났다. 졸지에 나는 넓은 식탁에 혼자 앉아 밥을 먹는 처지가 되었다. 다행히 밥은 두어 숟갈이면 다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와 갈매기에 들렀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지만 술집은 붐볐다. 아는 선배들이 두 테이블이나 차지하고 술 마시고 있었고, 후배 하나도 반려견을 데리고 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늘 내가 앉아 술 마시던 자리에 선배들이 앉아 있었다. 다른 자리는 낯설어서 앉기 싫었다. 그냥 나오려고 할 때, 종우 형이 “심 시인하고 막걸리 한잔하고 가. 친구가 7시나 되야 온대.”라고 말해서 잠깐 명수 앞에 앉아서 막걸리 두 잔을 마셨다. 혁재가 온다는 보장이 있었다면 낯선 자리에서라도 기다렸을 텐데, 혁재는 작전동에 있다고 하고, 내 ‘지정석’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고, 무엇보다 배가 불렀기 때문에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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