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교육공무원 되다ㅣ지하철 스크린도어 시(詩) 공모 심사 본문

일단 경력 경쟁 공모에 최종합격하였다. 물론 신체검사와 신원조회 등 남은 절차가 있긴 하지만 건강상 치명적인 질환이 확인되거나 신원조회 상 특별한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5급 대우 교육공무원 생활을 2년 동안 하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특보라는, 직명도 아름다운 일을 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오래전 하던 학원 사업을 정리한 이후, 특별한 직장을 갖지 않은 채 현장 문화예술 운동만 해온 터라서 조직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단순히 월급이 목표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교육을 고민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장년에 찾아온 의미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인천 교육의 발전과 교육 현장에서의 문화예술 감수성 진작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예총회관 4층 문인협회 사무실에서 지하철 안전문에 게재될 시민 시 공모 심사를 진행했다. 시민공모임에도 불구하고 문협 시인들이 대거 응모해서 결국은 문협 사업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 않았으나, 다행히 일반 시민들의 작품 중에서 기성 시인의 시보다 훌륭한 시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회의 측에는 홍보가 안 돼서 작가회의 시인들은 이번 응모에서 배제되었다.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이미 작가회의 시인들의 작품은 2년간 게재된 바 있다. 교통공사 측에서는 인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2년마다 게재 시를 바꾸고 있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현장에서 푸념처럼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이번에 응모된 시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형편없어서” 과연 이 시들을 게재했을 경우 시민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다.
심사를 마치고 구월동으로 나와 갈매기에 들렀다. 합격 여부를 궁금해하는 수홍 형, 혁재 등이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밤이 늦어서는 폭우가 쏟아졌다. 비 때문에 삶이 황폐해진 수재민 생각에 장하게 내리는 비가 전혀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후배 영구가 택시를 잡아줬다. 와이퍼를 최강으로 작동하면서 택시 기사는 푸념을 했다. “와, 정말 와도 너무 온다.” 이 밤, 하늘을 원망하며 잠 못 이룰 수재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정말 와도 너무 온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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