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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입춘을 맞아 나는 얼굴의 점을 빼고 본문

일상

입춘을 맞아 나는 얼굴의 점을 빼고

달빛사랑 2020. 2. 4. 21:00

오전, 마지막 잡지 원고가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다시 한 번 원고와 이미지들을 확인한 후 압축파일을 만들어 출판사에 보냈다. 이제 출판사에서 원고를 디자인하는 며칠간은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겨울부터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넷플릭스 시리즈물과 youtube에서 구입해 놓고 보지 못한 영화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예정이다. 햇볕이 내 방안에 머무는 두어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과 약속 없는 오후, 느긋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다. 문밖의 현실이 너무 어수선하고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여전히 눈에 밟히지만 이 소박한 호사는 지친 나에게 베푸는 스스로의 위로이자 평화의 시간이다. 세상에 대한 부채감은 내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신년 대부흥회에 참석했던 누나가 귀갓길에 들렀다. 누나는 내 얼굴이 요즘 많이 안 좋아 보인다며 명함 하나를 건넸다. 모래내 시장 쪽에 있는 피부과 명함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견적이나 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렀다가 충동적으로 점과 쥐젖을 제거했다. 내 생전에 점을 빼러 피부과에 들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얼마 전, 어머니 검버섯 제거를 위해 3지구 피부과에 들렀다가 처지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결국 포기하고 나왔던 적이 있어서 내심 겁냈는데, 누나 소개로 왔다고 하니까 무척 저렴하게 (얼굴 전체를 봐주는데, 십만 원. 잘은 모르지만 무척 싼 가격이라고 한다) 견적을 내주었다. 구매로 따진다면 이것도 일종의 충동구매다. 미용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던 게 사실이지만 아무튼 사흘 동안 세수도 운동도 하지 말고 술도 마시지 말라니, 찝찝하고 답답해서 어떡하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긴 레이저자국에 얼굴이 좀비처럼 변해 버렸으니 술 먹으러 나갈 일도 당분간은 없을 듯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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