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뻔하고 재미없는) 행사가 너무 많다 본문
10월 들어 다양한 전시와 축제(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더구나 기왕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취소됐던 축제나 유예됐던 행사들까지 뒤늦게 다시 열리다보니 그야말로 축제와 행사에 치여 살고 있다. 물론 그 행사들 중에는 역사나 의미를 생각할 때 반드시 열려야 하는 것도 있고 그 밥에 그 나물처럼 한 해 거른다 해도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이 행사들이 ‘귀중한 나의 시간’을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든(기획한) 이들과의 정리(情理)나 부채감이 요구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주최 측과 딱히 관계는 없지만 봐야할 필요성이 있는 행사란 판단에서 시간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다녀와서 대체로 실망하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실망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단위나 나와 친한 사람들이 만든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뭐랄까.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요 몇 년 사이에 늘 봐왔던 포맷, 봐왔던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건 행사의 준비 주체들이 신명이 나서 준비한 게 아니라 뭔가 의무방어전을 치르듯 형식적으로(심한 말로는 보조금을 땄으니 일단 치르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맨날 보는 섬 사진, 맨날 보는 넋전 춤, 맨날 보는 풍물패에 맨날 보는 퓨전음악그룹, 맨날 보는 가수들. 열악한 지원금으로 그러한 행사라도 만들어낸 것을 위로해야 하는 것인가? 세금으로 하는 사업인데, 자신 없거나 콘텐츠가 형편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사업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시민의 수준과 문화향유 욕망을 전혀 가늠하지도, 맞추지도 못하는, 아니 가늠하거나 맞출 생각도 없는 기획가 및 활동가들이 횡행하는 것은 관에서 풀어놓은 돈 중에서 ‘눈먼 돈’이 많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관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서 기획서를 써내는 활동가들도 문제고,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전시적 효과만 만족시킨다면 혈세를 펑펑 퍼주는 관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전문 기획비 사냥꾼이 활보하게 되는 게 아닌가. 사명감 있고 똘똘한 공무원이 그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현장 실사를 나오고 패널티를 줄 경우, 게으른 기획자들과 소위 명망 있다는 활동가들은 팔걸이원칙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플레를 시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 명망성이란 것도 공무원들이 원하는 기획서를 잘 써서 허다한 지원금을 타낸 후, 그것을 가지고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펼쳐낸, 조악한 이력이 부풀려진 명망성일 테지만……
아무튼 행사 가기가 귀찮다가, 짜증 단계를 넘어서 화가 났다가 최종적으로 무서워지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이 결합한 축제나 행사의 경우는 더욱 더. 어떻게 시민의 세금으로 그런 허접한 전시나 행사(축제)들을 만들어 낼 생각을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예술가가 자존심이 있지 말이야. 생각할수록 무섭다. 예술가들의 안이함과 자본의 침투력이 만들어 내는 문화예술의 하향평준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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