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수요일 본문
운동 마치고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찬물 한 잔 먹었을 때, 교회에서 오후 두 시쯤 심방을 오겠다는 연락이 왔고, 이런…… 집에서 교인들과 마주치면 실업자처럼 느껴질게 분명한데…… 그래서 일찍 가방 챙겨들고 나왔지. 가을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 아, 그런데 갈 곳이 없군. 영화를 볼까. 그 합법적인 어둠 속에 나를 숨기는 거지. 극장과 영화를 검색하고 예약을 했지. 이제부터 두 시간은 쓸쓸하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롯데시네마, 인간적이군. 나까지 9명이 영화를 봤지. 내가 좋아하는 공효진이 주인공인 영화. 우연찮게 선택한 영화치고는 성공한 셈이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였지. 내 취향에 적격이었어. 영화는 조금 진부했지만 그 정도의 진부함은 참을 수 있지.
극장에서 나와 예술회관 앞 광장 쪽으로 걸어올 때쯤 전화를 받았다. 영종도의 이권 선배였다. 민예총 포럼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일찍 사무실에 들러 이것저것 원고 작업이나 할 생각이었다. 선배와 후배 손은 그 시간 벌써 갈매기에 앉아 있었다. 권이 형의 전화는 거절하기 쉽지 않은 전화 중의 하나다. 포럼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형들과 앉아 있다 포럼에 참석할 요량이었으나 술자리란 본래 약속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잖은가. 결국 포럼에는 못 참석하지 못했다. 전철역에서 포럼을 끝낸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일찍 술자리를 시작한 덕분에 일찍 귀가했다. 어머니의 표정이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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