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자위(自慰)가 아닌 자득(自得)의 즐거움 본문
그 동안 이것저것 많은 글(일)들을 썼(했)다. 아직 원고료가 한 푼도 입금되지는 않았지만 받아야 할 원고료를 모두 받게 된다면 올겨울은 크게 쪼들리지 않고 그럭저럭 우아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변수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다.
이를테면 작년에도 꽤 많은 일을 하고 적지 않은 원고료를 받아 통장에 쟁여놨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냉장고와 에어컨이 고장이 나 새로 구입하였으며, 아들이 재학 중에 취업을 해 남은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주어야 했다. 물론 아들의 등록금이야 딱히 부정적인 돌발변수라고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크고 작은 지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해서 결국 모아놨던 돈의 반 이상을 지출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부디 올해만큼은 크게 돈 나갈 일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나처럼 미래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예술노동자가 저축하는 이유란 그렇듯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황망해 하지 않으려고 모아놓는 것 아닌가. 그러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때 얼마나 절망스럽고 불행할 것인가. 그렇다면 된 거다. 많이 벌진 못하지만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고 적절한 문화생활도 즐기고 있으며, 또한 후배들의 술값도 대개는 계산해 주고 여기저기 기부금도 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씁쓸한 자위(自慰)가 결코 아닌 자득(自得)의 즐거움이다. 남들은 몰라줘도 내가 그리 느끼면 그만이지.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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