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하필이면..... 겹친 약속 본문
요즘은 띄엄띄엄 운동을 해서 그런지 운동을 하고 나서도 좀처럼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나서 잠깐 개운해졌다가 다시 머리가 아파 온다. 후배 오는 혈압을 체크해 보라고 하는데 사실 체크해 보지 않아도 대충 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내 몸을 혹사시켜왔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오늘은 정말 쉬고 싶었는데, 5시쯤 우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얼마 전에도 연락을 했으나 내가 일정이 있어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피곤했지만 약속을 잡았다. 남자들 관계에서는 웬만큼 피곤해서는 두 번이나 거푸 약속을 거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후배 L로부터도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이 만들어질 때는 종종 오늘 같이 한꺼번에 몰려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일단 우 선배와 선약을 했으니 의견을 물어볼 수밖에. 후배는 꼭 만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다행히 낯을 가리는 우 선배도 순순히 승낙을 해서 세 사람이 함께 만났다. 이리 저리 족보를 정리하다 보니 서로 이름들은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갈매기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으레 그렇듯이 자꾸 술판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 선배가 신문사 편집국장인 정모 후배를 불러냈고 내 후배인 오는 부르지 않아도 일수 찍듯이 도착했다. 우와 정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난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오가 도착했다. 후배 오는 내가 여자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곤 하는데,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현재로서는 의도적인 연애를 시작할 마음이 없다.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진 탓도 없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우 선배와 L 모두 반갑기는 했지만 약속이 겹치다 보니 두 사람 중 그 누구와도 깊은 얘기를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객식구들 때문이기도 하고 공통의 화제를 찾아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짙은 미세먼지 때문에 내 일상과 마음까지 울울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술 한 잔을 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개운해졌다. 물론 목을 칼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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