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낮술, 그리고 장례식장 본문
바람이 불어서, 날이 좋아서, 혹은 비가 내려서, 기분이 꿀꿀해서, 꽃이 예뻐서.... 술꾼의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내가 오늘 낮술을 마신 것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 선배 두 명과 현직 기자인 친구 한 명, 나까지 도합 4명이 사무실 아래 식당에서 낮술을 마셨다. 내가 '호출'을 받고 내려갔을 때 밥상 위에는 이미 빈 소주병이 5개가 있었으니 그들은 이미 낮술의 정량을 넘어서고 있었다. 내가 합류한 후 다시 서너 병의 소주를 더 마셨으니 단순 계산해도 한 사람당 소주 2명 이상을 마신 것이다.
사실 나는 저녁에 김학수 시인의 부친 빈소를 가야 해서 자제한다고 한 것이지만 점심을 먹지 않고 술만 마셨더니 정작 전철 안에 오르자마자 취기가 몰려왔다. 중간에 후배 오진동이 사무실에 들러 뜨거운 우동을 사주고 갔는데, 그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후배 오혁재가 빈소 가는 길에 함께 해주어 다행이었다. 빈소에 도착하니 조유리 시인과 김명철, 김명은 시인이 먼저 와 있었다. 빈소는 시흥의 유지로 살다 간 고인의 삶을 말해주듯 넓은 특실이 문상객들로 가득찼다.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9시쯤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횟집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조유리, 오혁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술을 마시고 오늘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무타랗게 집에 돌아오니 너무도 좋다. 간단하게 냉면을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주무시던 어머니가 깨셔서 오이를 썰어주셨다. 안그래도 되는데.... 하긴 어머님의 오이채가 정갈하고 먹기에도 좋다. 그래서 애써 말리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오늘 밤, 모처럼 숙면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함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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