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우기(雨期)는 계속되고... 본문
오전, 문화예술아카데미 일곱 번째 강좌를 마치고 병원엘 들렀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의사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엔 문화예술회관에서 연극 ‘사랑비’를 관람하고, 오랜만에 주점 갈매기에 들러 후배들을 만났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술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은 여간 고역스런 일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어언 두 시간을 꼬박이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돌아오는 길,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올려다 본 하늘은 어둠 속에서도 묵시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고 있었다. 심판의 날이 만약 우리에게 예정되어 있다면, 그날 하늘의 모습은 틀림없이 오늘 같은 모습일 게 틀림없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어머니는 행여 내가 취해서 돌아오는 게 아닌 가 걱정하셨던지 주무시지 않고 계시다가 내가 도착하자 누나가 끓여 놓은 닭백숙 한 그릇을 식탁에 내놓으셨다.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나는 다소 과장적으로 백숙을 맛있게 ‘먹어 드렸다.’ 몸이 점점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직도 우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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