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늘도 비 본문
긴 雨期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빗소리 속에서 잠이 깬다. 이미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습기를 머금은 집안의 사물들은 내 손이 닿을 때마다 힘겨워 한다. 건조대에 걸린 빨래들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습기는 성긴 내 의식의 틈 사이로도 어김없이 틈입해 속수무책으로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곤 한다. 빗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짓궂은 정령들이 활동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예보에 의하면 장마는 그리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빗물은 창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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