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우기(雨期)의 두 얼굴 본문
무알콜 14일, 오래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후로 이렇듯 오래 술을 마시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더구나 장마철, 정양(靜養)을 위한다지만, 아침부터 하루 종일 내리는 빗물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주림(酒林)의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는 여간 고역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원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렀을 때, 담당 의사가 “절대 술 마시면 안 됩니다.”라며 주의를 준 것은 의사로서 수술환자에게 던진 의례적인 말일 텐데도 나는 ‘이 사람이 나의 전사(前史)를 진정 알고 하는 말인가.’ 하고 지레 의구심을 발동하기도 했는데, 그건 아마도 술에 대한 강박이 나에게 아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몸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간 알콜이 나의 영혼은 물론이고 몸까지 많이도 침식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 제발이지 이 우기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저녁에는 집 근처 정자에서 휴대용 자리를 펴고 누워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덤으로 만난 바람은 여름답지 않게 시원했고, 장수천의 물소리도 듣기 좋았다. 누워서 보고 듣고 느끼는 하늘과 바람과 비와 냇물, 그것과 하나 될 때, 내 마음의 결도 그것과 동화되어 곱고 유순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병중(病中)에 만난 우기(雨期)가 나에게 결코 견디기 힘든 쓸쓸함만 주는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가 나에게 결코 견디기 힘든 쓸쓸함만 주는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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