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6월의 어느 멋진 날 본문
주일 예배 마치고 어머님과 함께 메밀국수를 먹었다. 맵고 찬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 날이 더웠기 때문인지 한 그릇을 다 드시고, 함께 간 누님이 덜어주신 묵밥까지 맛있게 드셨다.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걸 볼 때, 부모 마음은 흐뭇해지는 것이야 고금의 상정(常情)이겠지만, 요즘 나는 어머님께서 뭔가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넉넉해진다.
저녁에는 작은 누님이 시장을 봐 온 음식들로 조촐한 가족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근처에 사는 큰누님 내외가 감자 한 박스를 들고 찾아왔고, 아들은 어제 나가 돌아오지 않아서 식사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 돼지갈비를 신 김치에 넣어 찜을 했고, 조개를 넣어 미역국을 끓였다. 가지와 호박을 부치고 무쳤고, 막걸리도 세 병이 나왔다. 뭐 그리 대단한 식사 자리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모여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어머님께는 이렇듯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가 고독한 일상에서 쌓인 마음의 짐을 풀어버리는 힐링의 자리가 돼주는 것 같았다.
6월의 마지막 날,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았을 뿐더러 오늘은 온전히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정말 무정하게도 빠르다.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버렸다. 누구에게는 그 6개월의 시간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버린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절망의 끝도 맛보았고, 희망의 실낱을 붙잡을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을 마음으로 들였고, 몇몇 사람을 마음 밖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제법 단단해졌고, 오히려 순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헛된 희망에 마음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6개월, 아니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이 깨지고 상처받고 힘겨워할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월 혹은 부당한 상황과의 비루한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지닌 카드가 별로 없다는 건 오히려 두렵거나 겁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가진 카드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것을 지키기 위해 조바심을 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두려운 게 없는 법이다. 새롭게 시작될 7월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을 것인지……. 6월의 마지막 날, 간만에 마음의 평화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