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내몸의 반란 본문
늘 내편이라 여겨서 눈길 주지 않았던 '내 몸'이 그간의 무관심에 화가 났던지 나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린 어제. 마침 아침부터 장맛비 장하게 내리더라. 오전에 있었던 문화예술 아카데미 강의 주제도 "고전시가 및 현대시에 나타난 이별을 대하는 시적 화자들의 태도"였는데, 뭔가 심상찮은 전조가 다방면에서 내게 나타나고 있었던 거지. 마약 같은 장대비에 마음을 울리는 이별의 시들, 하루를 거른 음주에 대한 자발적 금단 현상..."내 몸"은 비 내리는 어제 오후에 보여질 나의 행보를 너무도 정확하게 예상한 거지. 그래서 녀석은 "더 이상은 안 돼!" 하며 저항한 것 같은데.. 녀석의 판단은 주효했어. 나는 한 방에 무너져버렸고 이내 투항했으니까. 결국 나는 녀석의 정양처(處)에 이렇듯 포로 상태로 기약없는 유배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허 참! 그래도 세 끼 밥은 꼬박꼬박 먹으라 하네. 자신과 나 모두를 위한 거라나. 눈물겹게 고맙다. 이 웬수야. 빨리 나를 이 유배지에서 방송(放送)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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