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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고정희,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을 들어올릴 때' 본문

일상

고정희,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 사발을 들어올릴 때'

달빛사랑 2010. 2. 11. 18:11

 

 

 

       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하루 일 끝 마치고
황혼 속에 마주앉은 일일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 사발
그 김 모락모락 말아올릴 때

남도 해지는 마을
저녁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 앞에 드넓다. - 고정희 作

 

유난히 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술 한 잔 마시고 들어오는 길,

포장마차나 분식집에 들러 소주 한 잔 시켜놓고

해장 겸 안주 삼아 국수를 먹곤한다.

3천 원에 얻을 수 있는 조촐한 행복...

뜨겁고 시원한 국물과 섞이며

'너그럽게' 풀어지는 국수 면발을 보면

'단순한 순명'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시 속에 등장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맘도 그러했으리라.

그러나... 이윽고 한끼의 허기를

'간신히' 달래준 국수가 비워지면

(고단한 그 앞에 덩그러니 놓인)

'무량한 고요함'을 보이는 텅 빈 그릇에

수줍은 듯 살포시 들어차는 달(불)빛....

생각느니.. 그것은 얼마나 고맙고도 눈물겨운

생의 빛인가?

오늘 문득 국수가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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