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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초대, 빗속의 파티 (7-7-일, 오후부터 큰 비) 본문

일상

초대, 빗속의 파티 (7-7-일, 오후부터 큰 비)

달빛사랑 2024. 7. 7. 16:24

 

목포에서 후배 은희가 상경했다. 때맞춰 그의 멘토인 동화마을 최 모 선배가 나와 사진작가 기성, 시인인 성필 씨와 병걸이, 은준, 현정, 다비다, 퇴직 교장 한 선생 등을 초대했다. 나는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모임 장소인 옥상에 닿자마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먼저 와서 옥상 평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던 사람들은 내리는 빗물에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모두 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먹었다. 닭백숙과 비빔밥, 기성이가 사 온 삼겹살과 직접 담근 막걸리, 포도주, 맥주, 소주 등이 상 위에 그득했다.

 

최 선배는 매번 사람들을 초대해 이렇듯 대접한다. 모임을 파할 무렵 최 선배가 “다음에 오시면 새로운 메뉴로 대접할게요”라고 말하자, 내 친구 기성이 “누이, 이것도 다 돈이에요. 혼자 준비하는 건 부담일 텐데, 안 그래도 돼요” 했다. 최 선배는 “상관없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라고 대답했다. 그건 맞는 말일 것이다. 사람에 관한 애정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최 선배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배려심이 깊은 분이다. 혼자 사는 은희를 친동생처럼 품어주었고 대가 없이 지인들에게 많은 걸 베풀어 왔다. 또한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 지킴이 활동도 열심히 한다. 나도 그녀처럼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최 선배 집을 나올 때는 안개비가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우산을 쓰지 않고 걸었다. 인적 없는 공원은 안개에 싸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60대 사내들이 소녀처럼 재잘거리며 공원을 내려왔다. 홍예문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쉽다며 기성은 단골집 ‘인정 나라’에 들렀는데, 마침 사장님이 장사를 마치고 퇴근하려는 순간이었다. 할 수 없이 대학 시절 자주 들렀던 ‘인하의 집’에 들러 오징어숙회와 순두부 안주에 막걸리를 마셨다. 오징어회는 여전히 양이 많았고 값(11,000원)도 쌌다. 막걸리도 맛있었다. 40여 년 전 대학 시절의 한 때가 떠올랐다. 기성의 말에 의하면 이 술집은 몇 년 전, 연로한 사장이 작고한 후, 바로 옆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장사를 해온 ‘인천집’이 인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유명한 곳이었고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찾아오는 오랜 단골들이 많아서 가게 이름 ‘인하의 집’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하의 집에 들어간 지 30분쯤 지나서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병걸이를 보내준 은준이 합류했다. 나는 막걸리 한 병을 마신 후, 전철 마감 시간에 맞춰 먼저 술집을 나왔다. 여전히 이슬 같은 비가 풀풀 날렸다. 높은 습도로 인해 온몸이 끈적끈적해 매우 불쾌했다. 플랫폼에는 전철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어떤 청년은 의자 위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5분쯤 기다리니 구로행 막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막 뛰어오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전철을 타자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왔다. 옷이 젖을 정도로 흘린 땀이 쏙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환승역인 주안역에는 승객들이 많았다.

 

동네에 도착해서 집에 올 때까지도 비는 안개비였다. 만수역 근처 술집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얼마 전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때문일 것이다.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고 찬물로 샤워했다. 날아갈 것만 같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 숨 가빴지만, 나름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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