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금요일의 이 익숙한 리듬! (6-14-금, 맑음) 본문

청탁원고를 너무 일찍 써 보냈더니 신문사 주필이 문자를 보냈다. "마감은 다음 주인데요"라는 글 뒤에 웃음을 뜻하는 이모티콘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뭘 쓸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는 글감이 떠올랐을 때 전광석화처럼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생각이 달아나서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나도 문장 뒤에 웃음 이모티콘을 첨부했다. 늘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필자들에게 글을 독촉해야 하는 신문사 입장에서는 나처럼 알아서 마감을 지켜주는 필자가 무척 고마울 것이다. 내가 특별히 성실해서 마감을 잘 지키는 건 아니다. 나의 글 쓰기 스타일과 마감에 관한 강박 같은, 이를테면 내가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이러저러한 한계가 마감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게 타인에게는 성실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점심에는 후배 장이 연락해 만수3지구에 있는 '황해냉면'에 들러 수육과 냉면을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들른 냉면집은 맛도, 값도, 손님이 많다는 것도 한결같았다. 식당 매니저는 단골을 알아보고 녹두빈대떡을 서비스로 주었다. 나중에 냉면 사리도 더 주었다. (최근 들어 면을 참 많이 먹는 것 같다. 그래서 몸무게도 늘었다) 식당을 나와 운동 삼아 우리 동네까지 걸어왔고 '인쌩맥주'에 들러 2차로 맥주를 각각 3잔씩 마신 후, 함께 집에 들러 냉장고에 있던 소주 2병을 나눠마셨다. 다 마시지 못하고 반 명 정도는 남겼지만, 결국 오늘도 3차( 이전 한창 때보다는 현저하게 적은 양이지만, 아무튼 체력을 생각해야 할 나이에 3차까지 술을 마시는 건 좀 그렇다)까지 마신 셈이다. 그러나..... 뜻밖의 만남이었지만, 사실 금요일의 리듬치곤 그리 낯선 리듬은 아니었다. 아니 금요일의 (음주) 리듬치고는 소박한 리듬이었다.
장은 9시 40분쯤 집을 나갔는데, 조금 전(10시쯤)에 잘 도착했다며 문자를 보냈다. 2호선 전철이 생기니 만수동에서 제물포까지 20여 분밖에 안 걸리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많이 취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내일 오전까지는 숙취로 고생할 게 뻔하다. 내 일상의 리듬을 깨는 가장 몹쓸 지뢰가 장인 것 같다. 물론 금요일의 리듬치곤 오늘의 리듬이 낯선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어제 전화했을 때, 혁재는 오늘 로미와 춘천에 있는 선배 카페에 간다고 했다. 잘 도착했겠지. 혁재의 노래가 듣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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