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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평범한 화요일 (01-17-화, 구름 낀 날) 본문

일상

평범한 화요일 (01-17-화, 구름 낀 날)

달빛사랑 2023. 1. 17. 22:33

어제는 월요일이었지만 갈매기에 들르지 않고 일찍 귀가했다. 물론 어제 청사를 나오며 혁재에게 전화했을 때, 그가 동화마을에 있지 않고 갈매기에 있었다면 나는 갈매기에 들렀을 게 분명하다. 혁재는 동화마을에서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도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 역설적인 양가 감정은 내가 습관처럼 술집에 들른다는 걸 증명해 주는 감정이다. 음주가 결코 좋은 습관은 아닐 테니, 술 마실 일이 없어지면 안도감이 들고, 보고 싶은 후배를 못 보면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혁재에게 전화를 하면서도 은근히 연결이 안 되거나 그에게 다른 약속이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혁재가 동화마을에 있는 동안 나는 혁재와 만날 수도 없고 술 마실 일도 없다. 동화마을은 찾아가기에 너무 멀다. 편하지 않다. 그래서 어제는 '너무 먼 곳에 있는' 혁재에게 "그럼 나도 집에 갈래"라고 말한 후 그대로 버스 정거장 쪽으로 내려왔던 것인데, 버스가 더디 와 음악을 들으며 석천사거리역까지 운동 삼아 걸었다. 

 

4시 30분쯤 잠이 깼다.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잠이 깼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누운 채로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보다가 다시 잠 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출근하지 않는 날은 희한하게 일찍 잠이 깬다. 뉴스를 볼까 하다가 그만두고 음악을 들었다. 5시쯤에는 혈압약과 고지혈약을 먹었다. 천안 후배에게 '오늘의 성경구절'을 카톡으로 전송해 주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니 7시 40분, 미역국을 끓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싱크대 청소를 했다. 오늘은 정수기 필터 교체를 위해 코디 아주머니가 오시는 날이다. 그리고 장을 보러 갔다. 명절이 가까워 그런 걸까, 물가가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 특히 채소 값이 많이 올랐더라. 오이 한 개가 천 원, 시금치 한 단에 3천 원이었다. 풋고추 한 팩 값도 1,000원이나 올랐고, 늘 사다 먹던 곰탕팩도 100원이 올랐다. 8만 원어치 장을 봤는데, 다른 때보다 뭔가 단출한 느낌이었다. 장바구니 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오후에는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았고, 일어나서는 책(현호정 작가의 '단명소녀 투쟁기')을 읽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감수성에 홀랑 빠져들었다. 저녁에는 시장 봐 온 순대를 꺼내 밥과 함께 먹었다. 순대 중독자가 될 거 같다. 맛있는 순대를 마트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도 저렴한 가격에. 매번 느끼지만 시장 봐 온 품목 중에서 순대가 늘 일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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