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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겨울, 그 낯설면서 낯설잖은 이름 (11-28-월, 겨울비) 본문

일상

겨울, 그 낯설면서 낯설잖은 이름 (11-28-월, 겨울비)

달빛사랑 2022. 11. 28. 00:06

 

종일 비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었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하긴 여름 빼고는 딱히 싫어하는 계절이 없긴 하지만) 겨울이 지닌 다양한 풍경 때문이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흥성스러움,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기대감이 교차하는 연말연초의 풍경, 바람 부는 거리의 스산함과 (믿을 수 있겠는가. 스산함을 좋아하다니) 꽝꽝 얼어붙은 날, 인적 드문 거리를 홀로 걸을 때 만나는 풍경들, 눈 내리는 날 보게 되는 사람들의 설렌 표정과 유리창에 맺힌 성에,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언 몸을 스르르 녹여주는 실내의 따스한 온기, 말할 때마다 풀풀 나오는 입김과 잎을 모두 떨군 가로수들의 앙상한 가지, 그 사이로 보이는 잊고 있던 풍경들, 난방 잘 된 술집에서 마시는 소주, 부쩍 길어진 밤의 옷자락..... 나는 이 모든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겨울은 정직하다. 온갖 치레나 치장,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움이 겨울에겐 없다. 가끔 눈을 뿌려 도시의 욕망과 그 배설의 흔적들을 은폐하긴 하지만, 그건 꽃과 바람과 나뭇잎 위에서 빛을 굴려 우리를 현혹하는 다른 계절의 치장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다. 자주 나는 스스로 외로움 속으로 걸어가거나 겨울의 저 스산한 거리를 홀로 걷지만, 그건 결코 겨울이 강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나의 사랑은 겨울에 깊어지고 여름 앞에서 끝나곤 했으니...... 이제 겨울이다. 나을 가을은 끝났다.  

 

퇴근길에 잠깐 갈매기에 들렀다. 비 내리는 날이었고, 월요일이었으니 당연한 행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도착했을 때, 손님은 물론 아는 사람도 없었다. 시어머니를 타박하는 며느리의 날이 선 목소리만 주방 쪽에서 간간이 들렸다. 며느리 눈치 보는 노인의 마른 옆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30분쯤 지나자 예약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시의회 의장이 그곳에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저 안쪽 별실에도 손님이 찼다. 홀에는 나 포함 두 팀밖에 없었지만, 매상을 크게 올릴 두 단체 손님을 받았으니 갈매기는 오늘 민망하게 장사를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막걸리 2병을 마시고 '단호하게' 일어났다. 집에 올 때까지 부슬비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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