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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침구 세탁하고 영화를 보다, 매우 맑은 일요일 본문

일상

침구 세탁하고 영화를 보다, 매우 맑은 일요일

달빛사랑 2022. 7. 10. 00:29

 

오래간만에 볕 좋은 날, 큰맘 먹고 아침에 일어나 베개닛과 이불, 매트리스 커버 등을 세탁했다. 두어 시간 만에 빨래들은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깨끗해진 침구들에서는 향긋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마음마저 상쾌했다. 매트리스 커버는 엄마가 사용하던 것인데, 그 위에서 담배를 피우다 재를 떨어뜨려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명 두 개가 생겼다. 엄마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그나마 자주 세탁해 청결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할 수밖에. 점심에는 어제 사온 콩국물로 콩국을 만들어 먹었다. 식당에서 파는 콩국을 먹을 때는 별다른 양념없이 먹고는 했는데, 집에서 먹을 때는 소금을 넣어먹어 왔다. 하지만 오늘은 전라도식으로 설탕을 넣어봤다. 그냥 그랬다. 그래서 다시 소금도 반술 넣었더니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되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소신은 필요하다.

 

낮잠을 잘까 하다가 영화를 보았다. '쥬라기월드 : 도미니언'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봤는데, 두 편 모두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쥬라기월드'는 줄거리의 개연성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한 전형적인 오락영화였다. 볼거리 면에서는 제 소임을 다했지만, 30여 년 전, 처음 '쥬라기공원'을 만났을 때의 충격과 감동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쥬라기 시리즈'를 최종 정리하는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공룡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를 그려, 주제 면에서는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흥미진진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편치고는 다소 싱거웠다고나 할까. 전작 중에 명작들이 많았고, 이 시리즈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온 올드팬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마감되었을 때도 팬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심지어 스타워즈 내부 세계관이 파괴되었다며 '이 작품을 스타워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분개하던 팬들도 많았다. '쥬라기 시리즈'의 팬들도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반면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의 실종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20년 간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해온 순이(오민애)는 ‘윤시내’와 함께할 뻔한 꿈의 무대도, 일자리도 잃어 좌절에 빠진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이 고픈 순이의 딸 유튜버 ‘짱하’(이주영)는 라이브 방송 중 우연히 찍힌 엄마 ‘연시내’ 영상의 조회수가 떡상하자 대박 콘텐츠를 꿈꾸며 ‘윤시내’를 찾는 여정에 따라 나선다. 그 과정에서 엄마 순이의 동료 가수 ‘운시내’(노재원)와 함께 가시내, 윤신애, 윤사내까지 모두 만나며 사라진 ‘윤시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하는, 일종의 로드 무비라고 할 수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윤시내가 등장해 깜짝 놀랐다. 영화를 본 후에는 70이 넘은 그녀의 여전한 아우라에 감동해 오랜만에 그녀의 노래들을 찾아들었다. 명불허전! 그리고 배우 오민해와 이주영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이주영이야 다른 작품에서 이미 그녀의 개성적인 연기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오민해의 연기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출연작품이 여럿이었지만, 대개가 조연이나 단역이어서 눈여겨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서 오민해는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앞으로 열렬한 팬이 될 거 같다. 짝퉁 가수에게도 진실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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